어느 일요일 아이들은 각자의 스케줄로 바쁘고

덜렁 둘이 남으니 할 일도 없고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책이나 잡고 앉아 건성건성 책장을 넘기며 시간을 보내는데

남편님이 우리 드라이브나 가자는 군요,,흐흐..

책이야 팔다리 기운 떨어져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니

미련 없이 집어 던지고 따라 나섰지요.

특별히 목적한 곳도 없이 그냥 달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의 미래이야기,, 회사이야기,, 노후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요즘 이슈가 되는 대선에 관하여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나누며 분위기 좋았지요.

그러다 무슨(?) 이야기 끝에 남편이 빈정이 상했다며 입을 다무네요. 참내!

신경도 안 썼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운전이 거칠어 지기 시작합니다.

급 브레이크에 급 발진에.. 예고없는 차선 변경에,,

어지럼증을 유발하는군요. 휴~~

절 겁주려는 의도가 분명했습니다.

뭐하는 짓이야~?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러다 기찻길 건널목이 앞에 도착해서야 멈춤니다.

그때 트럭한대가 우리차 옆에 바짝 붙여 세우고는 험악한 얼굴로

창문을 내리라고 야단입니다.

내리더군요..

그 다음은 "야! 이 개xx 씨xxx……………………. 운전똑바로해!"

일본말인지 러시아말인지 국적불명의 언어들이 쏟아져 사방팔방으로 퍼지고,, 

그리곤 그 트럭은 쌩하고 달려가버립니다.

그 국적불명의 오물을 바가지로 뒤집어 쓴  남편의 표정은 울그락 불그락..

뭐라 반박할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죠.

그런 남편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마음과 다르게 나온 나의 한마디는

“아는 사람이야?”

“내가 저런 놈을 어떻게 알아?”

“그런데 저 사람이 당신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ㅎㅎ

그리곤 계속 차를 몰고 직진본능에 충실합니다.

잠시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었는데 마침 개가 지나가더군요.

남편은 퉁명스런 말투로

“저기 저 네 친척 지나간다.”

난 창문을 내리고 대화의 마지막 정점을 찍었죠..

“안녕하세요, 시아주버님~ 어디 가세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