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남편이 모임에 갔던 이야기다
중년의 남성분들과 함께 모 장례식장을 운영하시는 분의 장례차(대형버스)를 타고 영덕으로 갔다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분이 직접 차를 운전하셨다
"버스 운절할 줄 아는교?"
"마, 내 운전할 줄 아니까 걱정말고 타소"
그렇게 차는 출발했다. 그날 따라 기온차가 있어서 차 앞면 유리에 습기가 찼다
"보소, 차에 습기 차는데 난방을 하던가 에어컨을 켜던가 해야 안 되겠는교?"
"내가 알아서 할테니 가만 있으소"
그러더니 뭔가 만지셨는데 갑자기 와이퍼가 왔다갔다 했단다
"보소 지금 뭐하는교? 와이퍼는 와 키고 그라는교?"
"참 있어 보라카니까...."
어찌 하다 와이퍼는 껐는데, 여전히 뿌옇게 변한 차 유리...

갑자기 앞문이 덜커덩 열렸다

옆에 앉아 계시던 분이 화들짝 놀라서

"와~ 와카는교? 이러다 떨어지겠니더, 빨리 닫으소"

"허참, 문은 갑자기 와 열리노? 이거 우예 닫지?"

또 뭔가를 만지작 만지작 하시다가 문은 닫았는데, 여전히 유리는 뿌옇게 흐렸다.
운전하시던 장례식장 사장님 왈
"보소, 수건갖고 닦아보소. 이건 뭐 보여야 운전하지"
운전자 가까이 앉으셨던 그 분은 그렇게 먼길을 가는 동안 계속 수건으로 차 앞 유리를 닦으셨다.

한참 국도를 달려 산을 넘으면서 가고 있는데

갑자기 공사구간이 나타났다. 낙석위험구역 작업하는 차량이 있었는데,

제대로 비키지도 않고 그냥 휙 지나가셨다

그때 뭔가에 긁히는 소리

"보소, 차가 긁힌것 같은데.."

"내가 내 차 긁었는데 누가 뭐라 카겠는교, 괜찮니더 그냥 갑시다"

그렇게 그냥 달려 영덕에 도착, 회도 드시고 매운탕도 드시고 놀다가

되돌아 오던 기리에 휴게소를 들르기로 했다.

휴게소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문이 안 열리는 거였다.

"보소, 내 지금 급한데 빨리 문좀 열어주소"

"쪼매 기다려 보소. 이거 어떻게 열지?"

이것 저것 만지시자 와이퍼도 켜졌다가 히타도 나왔다가 ...

어찌어찌해서 문이 열리자 급한분들 후다닥 화장실로 가시고 10분쯤 지나서 다시 출발!

근데 이번에는 에어컨을 켜셨는지 춥기 시작했다고 한다.

"보소~~ 와이리 춥는교. 에어컨 켰으면 좀 그마 끄소"

모두들 잠바를 껴입고도 덜덜 떨면서 앉아 계셨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따뜻해 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2시간 남짓 달려서 출발했던 곳으로 도착

내려서 보니 모두 추워서 달달 떨고 계셨고, 차 상태가 어떤가 둘러보니 한쪽에 긁힌 자국 역력하고

바퀴는 언제 터졌는지 펑크가 나 있었다고...

그렇게 보시고 모두 저녁 드시러 갔다가 다시 모였는데, 이구동서으로 왈

"여(여기) 까지 왔으면 마 그냥 걸어갑시더"

사장님 왈 "와요?  타고 가소!"

"그냥 걸어 갈랍니더. 얼마 걸리지도 않는데 그냥 걸어가지요"

그렇게 모두 걸어가시고 사장님은 장례식장 차를 몰고 떠나셨다고 한다

울 남편 그날 집에 와서 하는 말이

"당신 클 날뻔 했다. 오늘 과부될뻔 안 했나?. 여러 과부 될뻔 했데이"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웃긴다. 배꼽이 아프다!